동아제약이 창립 81주년 되는 올 해 1월 28일은 길이 기억되는 날이 될 것이다.
그토록 바라던 경영권승계가 지주사전환으로 반환점을 도는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 지주사 전환 우여곡절 절반의 성공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

국민연금 등 다수의 투자기관과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주사전환의 성공이면에는 직원들의 노고가 컸지만 강신호회장의 뚝심을 정점으로 우호주주의 협력과 관심을 끌었던 캐스팅보드격인 녹십자의 우군합류 및 한미약품의 소극적 협조(?) 등으로 이뤄냈다.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에 즈음하여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은 동아제약이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비춰진 신뢰의 틈새와 간격을 메우지 못하는 최고 경영자의 부실대응 등 큰 오점을 남겼다는 점이다.

신뢰의 틈새와 간격은 정관변경에서 핵심적인 사항으로 추진되던 안건이 부결이라는 암초를 만나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면에 절반의 실패라는 상처와 응어리를 안고가게 됐다.

상정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중 제2-3호 의안인 `신주인수권' 부문이 부결되면서 주주들의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 동아제약 정관변경 안건 신주인수권부분 주주들 의혹 못넘겨 부결처리

동아제약은 분할 후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는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20% 이상 지주회사의 신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정관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찬성률이 65%에 그쳐 부결됐다.

이 안건은 `특정인에게 신주를 대량 발행할 수 있게 해 편법 승계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은 시기적으로도 리베이트적발과 임직원 구속기소에 이어 법인자체가 기소당하는 80년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런 일이 발생한 가운데 추진된데다 지주사전환과 관련해 사주이익을 앞세운다는 투자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한 채 추진하다가 시장의 신뢰에 흠집을 초래하는 악수를 당겼다고 분석된다.

3월 1일을 분할기일로 쏘시오홀딩스라는 지주회사와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기, 해외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동아ST가 재상장과 분할상장을 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또 다른 시각으로 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기업분할이 필요하다고 주주들을 설득한 동아제약의 집행부는 준비부터 설익은 논리로 준비한 듯 비쳤다.

사안의 중요성만큼이나 기업분할에 대한 수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에 부응해서라도 대표이사가 직접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의를 받아야 함에도 직원을 시켜 설명케 함으로써 책임지는 경영자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논란과 의혹이 많이 제기될 수록 최고 경영책임자가 직접 설명하고 수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함에도 스스로 뒤로 물러난 듯한 태도와 주주들의 질의를 중간에 자르는 모습에서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정확인 인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조차도 의문시 되었다.

최고경영자가 회사경영의 주요사항과 변화에 대해 주주들의 의문과 항간의 의혹을 명쾌하게 설명을 하지 못할 때 신뢰의 간격은 낮아지고 관심과 애정은 떠나게 마련이다.

동아제약이 논란의 한 부문인 박카스가 물적분할로 설립하게 된 일반의약품 부문 동아제약에 소속되면서 주주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 또한 궤변에 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카스의 소유회사인 동아제약의 관리시스템을 상장회사에 준하는 또는 상장사보다 강한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분할을 승인받기 위한 어법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상장사의 사외이사 선임이 동아제약의 말대로 일반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대변하는 사람으로 충원할 수 있는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상장회사의 사외제도도 본래 도입목적과는 달리 집행부와 대주주의 의견을 그대로 답습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강한 사외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동아제약측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투자자들이 순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의 주주들과의 신뢰성 문제는 의약품 판매 유통과 관련해 리베이트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한 것으로 적발돼 실정법을 위반한데서 더욱 뚜렸하게 드러난다.

리베이트 수수의 책임자격인 영업본부장인 허모전무를 전문의약품 분야의 동아에스티의 등기이사로 등재시켜 회사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주주의 돈을 리베이트로 사용한 책임자를 비호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런 면은 동아제약의 현 집행부가 관리능력을 상실하고 리스크를 잘라내지 못한 채 기업경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