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원래 목적은 국민편의를 위해서일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보도자료에서 󰡒48개 일반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한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가 일반의약품에 대한 판매규제를 완화해 실효성을 높여햐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경제계가 일반의약품에 대한 판매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서 경제계의 어떤 분야에서 또는 어느 전문집단에서 주장했는지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일반 상법에서 거론될 성질이 아닌 전문분야의 특별법 성격의 분야인 약사법에서 다뤄져야하는데 일반적인 상행위의 관점에서 대한상의가 줄기차게 이를 주장하는게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인 상행위의 관점에서 볼 때 설득력이 있지만 현실적인 필요충분요건을 갖추기엔 동 떨어진 주장이라는 질책을 ,면하기엔 역부족이다. 다양한 경제적 이해관계의 총체적인 집단인 대한상의 입장에서 국민편의를 앞세워 전문가 집단인 약사회를 배척하는게 맞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진정 국민편의를 위해 약국외 판매를 주장하는게 정당하다면 먼저 관련전문가 집단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선행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서 대한약사회와 이 부분을 함께 검토해봤는지 궁금하다.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자체도 넓게는 상행위에 속하는데도 그렇다면 그런 행위를 전문가적 입장에서 고려해보지 않고 일반의약품 구매의 불편성만 부각시켜 약국외 판매가 이뤄져야 될까?

약사법에서 무의촌이나 무약촌에서는 예외적으로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도시화가 확립된 오늘날 약국들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의약품을 구매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신체적 현상을 겪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약국을 찾아 의약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약국외 판매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의약품은 약리적 효과가 우선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을 들 수 있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해당 의약품의 효능 효과 대비 부작용이 경미하여 긴급한 신체적 병리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접근성 확보차원에서 약국외 판매주장은 현실적으로 부인하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와는 별도로 몸이 갑자기 아프거나 견딜 수 없는 경우에는 병원 응급실로 가는 것이 현재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면에서 참을 수 있거나 신체적 불편함이나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병리현상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쉽게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는 것도 국민편의적 입장에서 설득력이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대한약사회도 일부 인정해서인지 일부 약국을 심야에도 영업을 하게끔 하고 있으나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해소와는 거리가 있고 전문가인 약사들의 일종의 시간외 근무를 유인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왜나면 이들도 전문가적 경제인이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에서 심야약국 일종의 당번약국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상의가 주장하듯이 일본의 경우처럼 유효성과 부작용이 어느 정도 확립된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외 판매를 무조건 막을 명분은 희박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약사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엄밀히 봐서는 약사도 한 전문직종에 근무하는 경제인으로써 예측가능한 적절한 소득이 수반돼야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약국외 판매가 어쩔 수가 없다면 그 상실감을 채워줄 수 있는 정책적 대안마련도 요구된다. 이점에서 인허가권자인 정부와 의사라는 전문가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대한상의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줄기차게 주장한다면 우선적으로 약사나 의사, 정부 등 전문가들과 사전적 조율을 거쳐서 여론형성에 나서는게 다양한 상행위의 최고 조율기관으로서 요구된다.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약제비 절감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현재 제약업계를 옥죄고 있는 최고의 사슬이 되고 있다.

한편에선 시장논리입장에서 그동안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향유하던 제약업종에 화학적 합성 의약품 분야를 벗어난 바이오시밀러분야 등에 국내의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약업계의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결국 제약업종이 기존의 중견업종에서 벗어나 거대 자본가 그룹이 진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1990년대 초반만해도 제약업계에 국내 재벌그륩이 진출한다는 소문만 있어도 격렬하게 반대하던 목소리가 사라진 것만 해도 제약업종의 진출에 대한 반감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부합되는 정책이다. 또한 고만고만한 제약업계가 범용의약품에서부터 제네릭과 신약까지 개발하고 해외에 로얄티까지 받기까지 노력해온 공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내수 시장지향적 제약회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세계적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제약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약계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것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와 관련 약사가 곤경에 처했듯이 의사와 제약업계도 진퇴양론에 빠져 있다. 어느 누구도 원해서 된 상황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 상호협조적 이해관계를 충족하기 위한 FTA 체결과 같이 국가적 협력에 바탕을 둔 시장넓히기 전력을 펼치는 것이 국제적 경향이고 현실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면 적자생존의 흐름에 접어든 것이다. 단순히 기득권적 전문가적 논리만 내세우기엔 역부족을 느끼는 시점이다.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는 한국이 외세에 둘러싸여 자존과 현실적 대안으로 시행된 갑오경장으로 비유하면 과할까?

의약품을 취급하는 전문가집단인 약사회와 의사회는 물론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면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현실적인 진통과 밥그릇싸움이라는 질곡을 극복하는 양보와 타협이 요구된다.